미국 올림픽 국립공원 캠핑카 여행 - 허리케인릿지, 주유소, 크레센트호수, 메리메어 & 솔덕 폭포, 캠핑장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다들 일찍 일어난 덕분에 바로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오는 올림픽 국립공원. 첫번째 장소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전에 오전 일찍 허리케인 릿지(Hurricane Ridge)였다. 구불구불한 길을 계속해서 올라가야 하는 허리케인 릿지는 전망대가 있는 곳에 있던 건물들이 다 사라져서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올림픽 국립공원에서 한 번 쯤 가볼만한 곳이다.
1년 내내 열려있는 것은 아니고, 눈이 많이 오는 시기가 되면 도로가 통제되기 때문에 미리 확인을 하고 가야 한다. 의외로 겨울에 열려있는 날도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국립공원은 국립공원과 일반 지역이 섞여있다보니, 주요 장소들로 들어가는 곳에 게이트가 있는 형태다. 그렇다보니 여행하다보면 게이트를 여러 번 거쳐야 한다.
가을이어서 올라가는 길에는 노란 단풍이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미국 서부의 단풍은 붉은색이 거의 없고, 주로 노란색 위주다.
허리케인 릿지(Hurricane Ridge)
허리케인 릿지는 입구가 되는 포트 엔젤리스(Port Angeles)에서 약 40분 정도를 올라가야 한다. 걸리는 시간에 비해서 풍경이 다소 밋밋하다는 평도 있지만, 멋진 산맥의 모습과 빙하, 만년설을 볼 수 있는 포인트기 때문에 방문해 볼 만 하다. 짧은 트래킹을 하면 바다와 포트엔젤레스를 내려다 볼 수도 있다.
올림푸스 산에는 1년 내내 빙하가 있기 때문에, 어느 시즌에 가더라도 이렇게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고봉은 2,430m이지만, 산맥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산 하나가 딱 두드러져 보이는 그런 풍경은 아니다. 그래서 다소 밋밋하다는 느김이 들지만, 클로즈업해보면 산의 모습이 꽤 멋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흡사 수묵화 같은 풍경.
허리케인 릿지에는 1km 이내의 경사가 거의 없는 짧은 트레일들이 여럿 있다. 꼭 어떤 트레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있는 곳에서 가까운 트레일을 시작해도 무방하다.
그렇게 걷다보면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 저 바다 건너편은 캐나다(빅토리아 섬) 이다. 멋진 바다와 함께 빙하까지 볼 수 있으니, 이정도면 꽤 괜찮은 장소가 아닌가 싶다.
걷다보면 트레일을 어쨌거나 주차장으로 연결된다. 물론, 더 본격적으로 걸을 수 있는 트레일들도 있지만, 거기서부터는 상당히 본격적으로 걸어야 하는 트레일로 바뀐다.
미국에서 주유하기
허리케인 릿지에서 내려와서 바로 주유를 하러 갔다. 게이지는 1/4 정도만 줄어들었지만, 오늘부터 내일까지 주유소가 다소 드물기 때문이기도 했다. 차량은 이번 미국 캠핑카 여행을 함께한 로드베어RV 의 C-Medium 차량이다.
주유방법은 간단하다. 카드를 넣고(요즘에는 넣는게 아니라 탭으로 되는 주유소들도 많이 늘어났다.), 주유기를 들고 원하는 유종을 선택하고 주유하면 끝이다. 한국의 셀프주유와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한국카드들 중에 사용이 잘 안되는 카드가 종종 있는데, 탭의 경우에는 한국 카드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차량 앞유리를 닦아주는 것도 잊지 않기.
크레센트 호수와 메리메어 폭포(Lake Crescent & Marymare Falls)
크레센트호수는 호수의 모양이 꼭 초승달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굉장히 투명하고 맑은 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호수에서 물놀이나 낚시 등을 하는 것이 아니면 사실 크게 할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메리메어 폭포로 향하는 트레일헤드의 역할도 하므로 호수도 구경할 겸 잠시 들려가도 좋다.
호수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 호수를 전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서 잠시 멈췄다 갔다. 여전히 오전시간이어서 그런것일까,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예쁜 반영을 볼 수 있었다. 아직 호수 너머의 산에는 단풍이 많이 들지 않았지만. 참고로 오른쪽 아래 사진처럼 캠핑카의 경우 뒷바퀴 뒤로도 차량이 길기 때문에, 일반 주차장에서도 뒤쪽으로 공간만 확보되어 있다면 일반 차량처럼 주차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이것도 23-25피트 정도의 캠핑카 까지만.
그렇게 크레센트 호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차를 이상하게 댄 것 같지만, 라인이 저렇게 생겼었다. 보면 뒤쪽으로 공간이 있어서 차량을 최대한 뒤쪽까지 넣었고, 앞으로는 차량이 다니는데 문제가 없었다. 이 주차장은 일방통행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동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메리메어 폭포 가는 길. 왕복 1.5마일(약 2.4km) 이다.
이정도 거리의 트레일들은 큰 문제 없이 걸어주는 아들들..
메리메어 폭포 트레일 쪽에서도 크레센트 호수를 볼 수 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물이 너무 투명해서 안까지 잘 보였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트레일 답게, 이끼가 가득한 나무들이 가득했다. 이 지역은 온대우림(Temperate Rain Forest)에 속하기 때문에, 이렇게 나무들에 이끼가 끼어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열대우림은 생각보다 손쉽게 볼 수 있지만, 온대우림은 생각보다 그 수가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올림픽 국립공원은 온대우림의 모습을 보기에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다.
트레일은 거의 평지를 따라 이어진다. 중간 중간 다리도 나오고, 개천들도 나오지만 최종적으로 폭포에 가기 전까지는 오르막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한명만 건널 수 있던 다리.
그리고, 폭포 루프가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언덕이지만.. 사실 많이 오르지는 않는다.
메리메어 폭포. 사실, 크기나 모습은 좀 아쉬운 수준이었다. 왕복 1시간 정도의 목적지로는 나쁘지 않기는 하지만, 폭포를 기대했던 아들들에게는 꽤 실망스러운 크기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가을이라 수량이 더 줄어드는 시점이기 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ㅎㅎ 그래도 잠깐 산책겸 해서 보기에는 괜찮았다.
폭포로 향하는 길은 이정도의 경사였다. 한 5분정도?
트레일을 마치고 내려오니, 어느새 그 사이에 해가 더 깊숙하게 호수로 들어오면서 멋진 청록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이런 색이 있어야 풍경이 더 감동적인 것 같다.
호수에서 점프를 하던 청년들 ㅎㅎ.. 역시 젊음이 좋다. 호수에 손만 넣어도 물이 엄청 차가웠는데, 몇 번을 다이빙하면서도 즐겁다고 웃고있었으니까. 그렇게 아이들과 구경을 하고 있는데, 자신들이 점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달라고 해서, 핸드폰을 받아 영상도 찍어줬다.
그리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면서 알았다. 캠핑카 전용 주차공간도 있었군!
반영이 예뻤던 호수 사진도 마지막 한 장 더.
솔덕 폭포(Sol Duc Falls)
다음 목적지는 솔덕 폭포.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주로 짧게 걸을 수 있는 트레일들 위주로 골랐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니만큼 국립공원 게이트가 있었다. 사실 이곳은 솔덕 폭포 뿐만 아니라, 솔덕 핫 스프링스(Sol Duc Hot Springs)를 위해서 가는 사람들도 많다. 리조트도 있고, RV파크도 있기 때문에 꽤 인기있는 곳이다. 솔직히, 예전에 한 번 온천을 가보기는 했는데(투숙객 아니어도 사용 가능), 그렇게 좋거나 하지는 않아서 이번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솔덕 폭포 트레일은 왕복 1.6마일(약 2.6km)밖에 되지 않지만, 메리메어 폭포와는 다르게 오르락 내리락이 상당히 많고, 바위가 많은 트레일이라 시간을 좀 더 계산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더니 1시간 조금 더 소요되었다. 바위가 많아서인지, 아이들도 오늘은 그만 걷고 싶다고 ㅎㅎ
그래도 트레일 자체는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상대적으로 이끼는 적어보였지만, 그래도 양치식물과 나무들은 꽤 특이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트레일에서는 굉장히 많은 종류의 버섯을 볼 수 있었다. 트레일 입구에서부터 '버섯 채취 금지'라고 쓰여있을 정도니. 아이들이 무슨 버섯인지 궁금해 했지만, 트레일에서는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서 검색을 해 볼 수 없었다. 요즘에는 GPT에 물어보면 어떤 버섯인지 다 알려주는데.. 사진을 검색해보니, 첫번째는 말굽버섯이라고 알려준다.
중간의 갈래길. 우리는 솔덕 폭포까지만 가지만, 계속 트레일을 이어가면 30km가 넘는 세븐 레이크스 베이슨(Seven Lakes Basin)까지 가게 된다.
그렇게 도착한 솔덕 폭포. 다리 위나 옆의 전망 포인트에서 폭포를 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아무래도 메리메어 폭포보다는 훨씬 멋지게 생겼기 때문에, 짧은 트레일을 하나 정도 하고 싶다면 솔덕 폭포가 낫지 싶다.
각도에 따라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솔덕 폭포. 3개의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는데, 예전에 초여름에 왔을 때 보다는 확실히 폭포의 규모가 작아보였다. 그래도 꽤 인상적이긴 했는데, 아이들은 폭포가 규모가 크지 않다며 실망했다. 아이들을 폭포로 만족시키는 참 어렵구나.
올림픽 어드벤처 캠핑장(Olympic Adventure Camp)
10월은 성수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캠핑장들을 모두 예약하고 다니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보이는 캠핑장들 중 하나를 가기로 했는데, 포크스(Forks) 마을 초입에 캠핑장이 있길래 그곳으로 들어갔다. 도로 입구에 열려있다고 해서 갔는데,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운영시간이 오후 6시라고 적혀있고, 우리는 5시에 도착했는데도 말이다. 10월 초였는데도, 벌써 비수기 취급하는 캠핑장 ㅠㅠ
혹시나해서 전화하니,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며 전화로 어떤 자리를 원하냐고 묻고 카드번호를 받았다. 카드번호를 불러주자마자 결제가 된 걸 보면 사람이 별로 없으니 그냥 캠핑장에 안 와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ㅋㅋ 그날 캠핑장에 캠핑카는 대략 10대정도밖에 없었다. 어쨌든 하수는 필요 없어서 전기와 청수만 있는 자리를 잡았는데, 필요할 경우 그냥 빈 자리에 가서 오수를 버려도 된다고 했다.
사람이 없으니 나무도 팔지 않아서, 가까운 주유소에 가서 나무를 한묶음 사왔다. 그런데, 이 나무가 정말 불이 안붙는 나무였다. 습기가 있어서도 아니고 나무 자체가 너무 안탔다. 이번 캠핑카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나무를 샀지만, 이 나무만큼 불이 안붙는 나무는 없었다. 한묶음에 $5라고는 하지만, 너무 심했던 나무. 스타터를 거의 5개나 써야 했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고기를 열심히 구웠다. 한인마트에 들린 덕분에 삼겹살도 있었고, 상추도 있었고, 김치도 있어서 다른 반찬은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서 1회용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그리고, 혼자 다닐 때는 작은 버너를 가지고 다녔지만, 이번에는 공간도 많았던 만큼 그냥 부루스타를 가져왔다. 밖에서 굽는 고기는 언제나 꿀맛.
별건 없어도 캠핑장에서 나름 분위기를 냈던 우리의 캠핑카.
그리고 정말 안타서 욕이 마구마구 나왔던 나무. 불을 붙이는데는 성공했으나, 반도 안타고 꺼져버렸다. 아니, 보통은 불 붙으면 다 타는 것이 정상 아닌가? ㅠㅠ 타다가 멈춰버리는 나무라니.. 불에 강하다는 레드우드라도 잘라다가 판것이 아닐까 싶었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