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와서 오랜만에 연극이 한 편 보고 싶어서 와이프와 함께 대학로를 찾았다. 뭘 볼까 고민하다가, 그동안 한번쯤 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던 라이어를 보러 갔다. 주변에서 재미있다고 추천을 많이 한 연극이기는 했지만, 의외로 발걸음이 잘 닿지 않는 그런 공연이었는데.. 마침 평일이고.. 할인도 하고 있기에 부담없이 공연을 보러 갈 수 있었다.
라이어 매표소. 즉흥적으로 연극을 고르러 간거라(평일이라 매진되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즉석에서 표를 구입했다. 라이어를 보면, 라이어2,3를 다 보게 된다는데.. 일단은 첫번째 연극부터 보기로 했다. 첫번째가 맘에 들면 다음편도 모두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라이어 대기실. 1층 입구는 여기서 한층 더 내려가야 했다. 화장실도 여기 있었다.
라이어 2인 그후 20년, 그리고 라이어 3 포스터.
오늘의 출연진들. 전체적으로 다 만족스러운 배우들이었지만, 개인적으로 포터하우스 형사 역의 홍성덕씨와 메리역의 임주영씨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 외의 배우분들도 가끔 눈에 띄는 실수를 몇개 하시긴 했지만, 뭐 애교로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고, 한명도 빠짐없이 약방의 감초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했다.
연극 라이어는 두집살림을 하는 존 스미스가 사고를 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제 상황이라면 벌써 문제가 생겨버렸을테지만, 연극이기 때문에 엉뚱한 상황들과 말도 안되는 거짓말들이 자꾸만 쌓여가면서 이야기는 계속 흘러간다. 연극 내내 소리치는 장면이 많다보니 전체적으로 하이톤이기는 하지만, 그 말도안되는 순간순간들이 모두 웃음을 이끌어내는 상황이다보니 살짝 거슬리기면서도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엉뚱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가, 중반부터 게이코드가 나오기 시작한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극을 계속 이끌어가는데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떤 듯 싶고.. 확실히 종반으로 치달아 가는 과정이 자극적이긴 했다. 엔딩은 2를 암시하는 오픈 결말이기는 했지만, 뭐.. 2가 있다는 것은 스미스가 계속 두집살림을 했다는 것이겠지 싶다.
라이어는 연극이 끝나면 이렇게 출연진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표정만 괜찮다면 그냥 올리려고 했는데, 표정이 너무 썩어서 내 얼굴을 그대로 올릴수가 없었다. ㅠㅠ. 어쨌든, 2시간 동안 즐겁게 웃었으니.. 이 배우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야 할 듯 싶다. 15,000회 공연의 위엄이랄까.. 역시 인기있는 연극은 왜인지 알 것 같았다.
어쨌든 연극을 보고 나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길 거리에 사람이 가득 차 있는 라멘가게를 하나 찾았다. 사가라멘. 아마도 규슈현의 사가현의 라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사람 많은 곳은 맛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냥 들어가봤다.
차슈가 4장이나 들어간 돈코츠 라멘. 사람이 많아서 기대를 하긴 했는데, 차슈는 좀 생각보다 작고 맛이 그냥 그랬다. 국물도 좀 많이 우린 듯 진한 맛 보다는 그냥 약간 엷은 담백함이 나왔다. 그래도 면은 아주 잘 삶아져서 꼬들꼬들한게 맛있었으니.. 뭐 평가를 하자면.. 꽤 먹을만하다 정도? 다만 8,000원짜리 치고는..;;
요건 식사랑 같이 먹었던 감자 고로케. 그냥 감자고로케였다.
오랜만에 와이프랑 대학로로 연극을 보러 다녀와서 즐거웠다. 겨울, 그리고 연말연시가 되어가니 공연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만으로도 한 해가 마무리지어져 가는 기분이 든다.